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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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
  • 승인 2020.11.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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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은 부여에서 탈출하여 고구려를 세우고 우리 민족의 강대한 터전을 마련하였다. 또한 그의 부인인 소서노는 왕비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왕비라는 현실에서 탈출한 소서노는 우리나라 역사상 두 개의 나라(고구려와, 온조를 통한 백제건국)를 세운 유일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실을 탈출하여 새로운 반전을 이루었던 일은 너무나도 많았다.

삼국지의 적벽대전 편에 보면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장강의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의 군대를 치는 과정이 나온다. 이 때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주유와 제갈공명이 합의한 전략은 '화공'이었다. 고육지계를 통한 가짜 항복과 위장 귀순, 배를 묶어 놓는 연환계 등 모든 계략을 사전에 준비한 뒤 제갈공명이 일으키는 동남풍에 따라 화공을 하여 조조의 백만 대군을 몰살시킨다. 당시 조조군 진지에는 서서라는 지략가가 있었는데, 조조 진영에 위장 방문한 유비군의 참모에게 그가 묻는다. "당신들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다. 당신들이 화공을 펴면 조조군은 모두 멸망 할 것이다. 그런데 노모를 모시는 나는 어찌합니까?" 이 말을 들은 유비의 참모는 후방의 왕도에 정변이 났다는 헛소문을 낼 테니 당신이 난을 진압하러 간다며 빠져 나가라."고 계략을 알려준다. 서서는 그 계략을 이용하여 조조의 진영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한다. 여기서 서서의 탈출은 자기 한 몸만 살기위한 탈출이라 하겠다.

일본사람이 쓴 대망이란 책을 보면 일본 전국시대의 이야기가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당시 일본은 영주로 불리는 크고 작은 세력들이 항상 서로 정복과 세력 다툼을 벌이며 전쟁상태가 계속되었다. 전국시대가 계속되던 와중에 노부나가라는 영주가 큰 세력을 바탕으로 전쟁 없는 평화시대를 만들려는 생각을 품는다. 그러나 그는 적의 기습공격으로 사망하였고, 그의 가신인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이 전국을 통일하고 임진왜란을 일으킨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풍신수길이 죽자 세력을 규합하여 막부를 열었고 이들의 세력이 수백 년간 일본을 다스린다. 결국 도쿠가와 이예야스가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작은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에 불가했었다. 그는 세력이 강한 노부나가와 지정학적으로 항상 대치하는 입장이었다. 아주 약했다면 노부나가로부터 침략을 받아 멸망했겠지만, 세력은 작았지만 강한 정신력의 참모와 군대가 있었다. 그러나 강하기만 한 참모들은 이미 총이 발명되어 사용되고 있는 주변정세를 보지 못하고, 항상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자신들의 창과 칼을 쓰는 육박전에 대한 용맹성만 믿고 군비의 확충을 게을리 했다.

그들 중에 가즈마사라는 참모가 있었는데, 그는 시대변화와 주변정세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현재의 상태에서 적이 참략하면 망하게 된다며, 영주와 다른 참모들에게 군비 확충을 할 것과 전략의 변화를 가져야 할 때라고 계속 설득하였으나 그의 의견은 늘 묵살되기만 한다. 결국 가즈마사는 적인 노부나가에게 투항을 한다. 도쿠가와의 진영에서는 그를 배신자라 욕하며 모두가 그를 매도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모든 전력을 알고있는 참모가 적에게로 탈출하였으니, 할 수 없이 새로 군비를 정비하고 전략을 새롭게 하여 그야말로 최강의 전력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정비된 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최후의 승자가된다. 그랬다! 가즈마사의 탈출은 자기 한몸을 위한 탈출이 아니라 자신이 배신자의 굴레를 쓰더라도 자신의 탈출을 통해 자기 조직이 강해지길 바랐던 거였다.

우리에게 전해주는 서서의 탈출과 가즈마사의 탈출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고 하겠다. 조선의 큰 임금, 정조는 '사중지공 공중지사, 즉 사심 안에 공심이 있고, 공심 안에 사심이 있다.'는 말로 자신의 대의를 설득하고, 떨쳐버리고 싶은 아픈 과거를 털어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끌어안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갈등하는 일들이 무수한 현실, 탈출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그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항상 탈출을 꿈꾼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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