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인간 세상엔 언제나 복잡하게 엉켜 쉽게 풀리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 복잡한 고민은 어린아이였을 때도 했었고, 학교 때도, 불과 얼마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심각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뒤 생각해 보면 그 고민은 별게 아닌 것일 때가 많다. 때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이다. 현재는 엄청난 고민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건 작은 해프닝에 지나지 않고, 그저 잠시 동안 엉켜있는 실타래일 뿐이었다.

그리스 신화중에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 크레타 왕국에 '파시파에'라는 왕비가있었는데, 어쩌다 황소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사이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태어난다. 왕국에서는 그 괴물의 분노를 달래려고 소년소녀들을 제물로 바쳤는데, 조공을 바치던 이웃국가 아테네의 소년 소녀들이 매년 잡혀왔다. 그 괴물이 사는 곳은 미로로 만들어진 크레타왕궁의 지하공간이었다. 이 미궁은 한번 들어가면 누구도 다시 나오는 출구를 찾아낼 수 없었다. 훗날 아테네의 왕이 될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되기를 자원해 미궁으로 들어간다. 실타래를 궁 밖에 지표에 두고 실마리의 한쪽 끝을 몸에 묶어 풀면서 미궁에 들어갔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고는 실을 따라 다시 빠져나온다. 실을 따라 미궁을 빠져 나오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크레타 왕국의 공주 아리아드네였다. 이때부터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말은 아주 복잡하게 엉킨 실을 푸는 대의 실마리로 문제를 푸는 열쇠를 의미한다.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잡고 거기서 부터 천천히 당기면 엉킨 실이 풀어진다. 즉 해법을 찾는다는 뜻이다.

흔히 낚시를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줄이 엉킬 때가 있다. 경험에 의하면 복잡하게 엉킬수록 엉킨 줄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순서대로 풀어내야 한다. 급하게 서둘수록 줄은 더 더욱 엉키게 되어 결국은 고생만하고 풀지 못 하게 되는 때가 있다. 때론 실을 푼다는 생각을 접고 실을 끊어 내고는 처음부터 낚싯줄을 새로 매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실을 하나하나 푸느냐, 끊어서 새로 매느냐 하는 판단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고슴도치를 잡아먹고 싶어하는 여우가 있었다. 아무리 잡아먹고 싶어도 가시투성이인 고슴도치를 잡기가 어려웠다. 여우는 온갖 꾀를 다 동원했다. 때론 잠자고 있는 고슴도치를 덮치다가도 순간적으로 가시에 찔리곤 했다. 복잡하게 온갖 잔머리를 쓴 여우지만 결국 단순하게 가시를 접는 재주하나를 갖고 있던 고슴도치를 잡지 못한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또 있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 고르디움에는 끝을 찾을 수 없이 복잡하게 매듭을 지어 묶어 놓은 수레가 있었다. 그 매듭을 푸는 사람만이 소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신탁이 내려진 매듭이었다. 수많은 영웅들이 왕을 꿈꾸며 그 매듭을 풀고자 노력했으나 모두 실패하였다. 그러나 결국은 신탁의 예언대로 그 매듭을 푼 점령자, 알렉산더대왕이 소아시아를 지배하게 되었다. 그는 그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낸 것이 아니라 칼을 쳐서 매듭을 잘라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르디아스의 매듭이란 특별한 비상수단을 동원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을 의미한다.

인간 세상엔 언제나 복잡하게 엉켜 쉽게 풀리지 않는 일들이 많다. '아리아드네의 실'의 실마리를 택해야 하는지, '고르디아스의 매듭'과 같은 대담한 선택을 해야 되는지, 아무리 궁리해도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때가 너무나 많다. 내 인생이 끝나기 전, 칼로 아기를 갈라 나눠 가지라며 범인을 잡던 솔로몬의 지혜를 배울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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