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이암, 모견도

개는 언제인지도 모를 까마득한 옛날부터 가축으로, 애완견으로 길러지면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되었다. 이 세상 동물 중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동물이 개라고도 한다. 암탉은 알을 낳아야 하고, 소는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곰은 재주를 부려야 하지만 개는 주인에게 복종하고 사람을 따르는 것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주인에게 다가와 반가움의 표시를 하면서 정을 나누게 되는데, 학자들은 개의 감정표현 방식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존본능과는 다르고 오히려 인간의 언어방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지며 교감하는 법을 쌓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개는 자신의 감정을 주인에게 표시함으로서 사람이 자신의 뜻에(원하는방향) 따라 주길 바라며 인간을 자기에게 길들인다고도 한다.

사실 개만큼 솔직하고 충실한 동물은 지구 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개는 주인이 가난하다고 못생겼다고 싫어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개 한마리가 달리는 트럭에 치어 죽으니, 같이 어울리던 개의 무리가 비슷한 모양의 트럭이 지나갈 때마다, 쫓아가며 무섭게 짖어대더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러한 의리와 충심을 보면 친구간이든 형제간이든 개만큼만 정직하고 의리를 지키는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사회는 정말 좋은 '개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뉴월 개 팔자', '개 팔자 상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개에게도 시원하게 마시는 기쁨을 주기 위해 개 전용 맥주가 출시되어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는데, 쇠고기 추출액과 맥아를 섞어 만든 무알콜 성 음료로, 사람이 마시는 일반적인 맥주보다 몇배나 비싸다고 한다. 또 얼마 전, 미국의 어느 부호가 자신의 개에게 115억 원이라는 유산을 남겼다는 뉴스를 접했었다. 이 돈이면 가난한 사람의 수십만 어린이들이 굶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 부자는 자신을 위해 온 마음으로 충성한 자신의 개에게 극단적 사랑을 보여주고 떠난 것이다.

사람과 개, 한자로 '사람 인人'과 '개 견犬'자를 합치면 복(엎드릴 복伏)자가 된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복날이면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개는 한번에 많은 새끼를 낳아, 이웃에도 한 마리씩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먹을 것을 별도로 주지 않아도 동네 골목을 누비며 스스로 해결하기도 한다. 우리에겐 그리 귀한 짐승이 아니어서 여름에 담백질을 공급해주는 보양식으로는 최고였을 것이다. 초복이 지나고 중복이 지나, 말복까지는 한달 여, 이 순간만 잘 피하고 그들은 오뉴월 개 팔자, 개팔자 상팔자의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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