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우리들의 고래
우영우 우리들의 고래

지난26일 토요일 뜨거운 태양이 가을 땡볕으로 물들어 가느날 아르떼숲 갤러리에서 아르브뤼 김기정, 박태현 작가 와 비장애인 작가들이 모여 우영우의 고래,우리들의 고래라고 "고래 고래" 소리지르는  참 멋진 합창을 작품으로 화폭에 담아 전시회를 9월 3일까지 개최한다.

이번전시회를 준비한 정요섭 아르떼 숲 대표의 초대글을 독자여러분께 공유한다.

우영우의 고래! 우리들의 고래!

저는 흰고래 무리에 속한 외뿔고래와 같습니다. 낯선 바다에서 흰고래들과 살고 있지만 그들과 다른 나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고래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그래도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한 말이다. 

사실은 그러하지 아니하나 마치 그런 것처럼 사회제도로 굳어진 것들, 그것에 동조하거나 방관한 오늘 우리의 인식을 되짚어보게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되는 동안 나는 늘 부끄러웠다.  

작가란 사회적 의제를 상정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유불리에 따라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쯤은 예사로운 게 세상인심이다. 그러고도 자기의 행위를 합리화시키려 상처를 준 것도 모자라 구석으로 몰아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고 만다. 배려나 자비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으로 여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쓴 작가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사회 의제로 상정시켰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동조하지는 않았을지언정 방관했음을 고백한다. 

매주 두 날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나를 매섭게 꾸짖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닌 메시지와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은 미술동네에서 활동하는 전시기획자로서 마땅한 도리라 믿었다. 

드라마의 여운이 사그라지기 전에 전시로 이어야겠기에 작가와 소통을 시작했다. 왜냐면 이렇게 갑작스러운 전시를 하려면 작가로서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이 작업만 몰두해야 하고, 그나마 작품구상이 떠올라야 가능하기 때문에 작가의 동의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많은 작가가 동참의 뜻을 밝혔고, 어떤 이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작품에 매달렸다. “우영우에게 <고래>가 지혜를 일깨우는 영감의 천사였다면, 당신을 일깨우는 영감의 천사는 무엇인가”와 “나는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동조하지는 않았는가”라는 의제가 제시됐다. 작가마다 천착하던 작품의 주제가 있었을 터여서 이 의제를 안아들고 참으로 난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작품을 내어준 스물 한 분의 참여 작가께 마음 깊은 고마움과 존경을 표한다. 

짐작컨데 미술사 어디를 봐도 이만큼 드라마틱한 전시는 없었을 것이다. 혹자는 인기에 편승한다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세상인심을 가피로 덮고 사는 인간들의 뱀눈짓이다. 

참여 작가마다 그들이 보는 우영우에 대한 관점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느라 얼마나 속을 태웠을지 짐작이 간다. 특별히 우영우와 같은(그러나 이들은 우영우처럼 천재(?)는 아니다) 발달장애를 지닌 김기정, 박태현 작가의 참여가 고맙고 대견하다. 

이 전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무엇이 진정한 윤택이고 효율인지를 돌아보기 바란다. 정작 무엇을 보듬어야 할지,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그리고 우영우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지혜와 영감의 고래를 만나길 바란다.

 정요섭 ㅣ 문화비평 ˑ 아르떼 숲 으뜸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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