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훈 입력 2019.11.01. 21:31 수정 2019.11.01. 22:36

한국 야구대표팀 유니폼 오른 소매에는 일본어로 된 광고 패치가 부착돼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국 야구대표팀 유니폼 오른 소매에는 일본어로 된 광고 패치가 부착돼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어로 쓰여진 광고를 소매에 부착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본의 논리가 우선이라 변경 여부가 불투명하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본선행 티켓이 걸린 프리미어12를 준비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을 치렀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평가전 1차전에서는 이전에 없던 광고가 추가로 부착돼 눈길을 끌었다.

당초 지급된 유니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자체 판매한 쉘 힐릭스 엔진오일 광고 한 개만 부착됐다. 가뜩이나 유니폼 제작업체가 일본계 기업인 데상트라 한국 대표팀이 입기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데상트는 한일관계가 경색되기 전 이른바 구원투수로 대표팀 지원을 약속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유니폼 후원사로 참여하던 나이키가 돌연 발을 빼 프로와 아마를 망라한 유니폼 업체를 구하기 어려웠다. 데상트는 2021년까지 유니폼 후원 계약이 체결돼 있다. 다른 후원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KBO뿐만 아니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대표팀 유니폼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선정한 광고판을 부착한다. 대회 를 후원하는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대표팀 유니폼 오른 소매에는 일본어 카다카나로 ‘리포비탄 D’가 원문 그대로 부착됐다. 리포비탄은 일본 다이쇼 제약사에서 개발한 자양강장 음료다. 동아제약에서 판매하고 있는 박카스와 상표나 맛이 비슷해 원조논란을 야기하던 음료다. 일본 기업이 만든 음료 광고를 일본어 그대로 한국 대표팀 유니폼에 패치로 부착해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측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프리미어 12 유니폼 패치 광고권을 글로벌 광고 대행사인 베이스사에 판매했다. 베이스사가 12개국이 함께 부착할 패치를 판매했는데 일본 기업에 구매를 했다. 리포비탄 패치는 이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대회를 시작하면 예선라운드에 참가하는 12개국이 모두 해당 광고를 패치로 부착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날 평가전에 나선 푸에르토리코도 같은 광고를 부착했다.
2019 WBSC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대표팀이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기념촬영에 응하고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국제대회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후원 기업을 모집한다. 후원기업이 누릴 수 있는 최대 효과는 광고를 통한 기업 노출이다. 축구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메가스포츠이벤트가 글로벌 기업의 광고경쟁으로 펼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일관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WBSC입장과 거액을 들여 광고권을 사들인 일본 기업이 한국인의 정서를 위해 광고를 변경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 시장경제는 자본논리가 지배한다. 일본어 광고 패치도 KBO가 중재에 나선다고 해서 달라질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다.

이런 굴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 야구대표팀이 다시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뿐이다. 후원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야구는 2006년 WBC 4강 신화를 발판삼아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후원 의사를 밝히던 황금시대가 있었다. 그 영광을 재현해 한국이 후원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돼야 한다. 이번 대표팀이 프리미어12와 올림픽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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