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포츠 이동근 아나운서, 뜨겁고 인간적인 배구 중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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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포츠 이동근 아나운서, 뜨겁고 인간적인 배구 중계를 만나다
  •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
  • 승인 2019.12.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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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스포츠에서 현장중계 방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다. 중계는 코트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 전달한다. 스포츠 현장을 보다 재미있게, 더 박진감있게 전달하는 일은 캐스터에게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올해로 10년차 캐스터이자 네이버 ‘V-리그 토크쇼’의 메인 MC 이동근 SBS스포츠 아나운서(38)는 배구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스터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이동근 아나운서는 ‘휴머니즘’ 가득한 중계방송을 추구한다. V-리그 개막 이후 더 바빠진 이동근 아나운서를 11 SBS 프리즘타워에서 만났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 지향 캐스터

 

Q__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스포츠 중계를 하고 있는, 스포츠 중계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인 이동근입니다.

 

Q__스포츠 캐스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2009년에 MBC ESPN( MBC스포츠+)에서 야구 하이라이트 더빙과 해외축구 중계를 하다가 2010년에 SBS스포츠로 이적했어요. 이제 햇수로 딱 10년 됐네요. 회사에서 근속 10년을 하면 금으로 만든 열쇠 같은 걸 준다고 하더라고요. 내년에 받아야죠.

 

Q__처음 했던 배구 중계는 기억나나요.

SBS스포츠에서 처음 배구를 중계한 게 2013~2014시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겨울에 농구 중계를 했죠. 배구 중계를 도입할 당시가 회사에서도 변화의 시기였는데, 저도 첫 배구 중계를 맡기 일주일 전에 통보받았어요. 첫 배구 중계가 아마 수원이었고 현대건설 경기였던 걸로 기억해요. 돌이켜보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템포가 빠른 중계는 처음이었어요. 아나운서끼리 하는 이야기로 아이스하키가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고 하는데 저는 남자배구가 더 빠르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당시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강준형 선배에게 SOS 요청을 했죠.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닐 때 저를 직접 가르치셨거든요.

 

Q__당시 들은 조언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을까요.

준형 선배 중계 철학이기도 한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KBSN스포츠가 배구 중계를 워낙 오래 했잖아요. 유수호 선배님부터 유지철 선배님, 지금의 이기호, 강준형 선배까지 배구 캐스터 계보가 있는데 그분들 모두 기본에 충실하고 상황 묘사에서 빠르게 치고 빠져요. 배구는 플레이 사이 시간이 짧아서 캐스터가 빨리 빠져줘야 해설자가 상황 설명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런 점에 집중했죠. 사족 없이 빨리 상황만 묘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Q__다른 인터뷰에서 “배구는 단순하고 원초적인데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그런 걸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배구의 어떤 점을 보고 그렇게 이야기했나요.

테니스나 탁구, 배드민턴처럼 사회인 스포츠 저변이 넓은 종목은 엘리트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느낌은 낼 수 있어요. 하지만 배구는 엘리트 출신이 아니면 스파이크 때리기도 힘들죠.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까요? 타고난 게 크고요. 함께하는 이상열, 최천식, 이종경 해설위원만 봐도 동양인의 몸이 아니거든요. 선택받은 자들의 스포츠이면서 원초적인 행동으로 점수를 내는 스포츠라고 봐요. 그래서 해설위원님들에게 더 많이 여쭤봐요. 주어진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스포츠라 접근법을 다르게 한 거죠. 또 선수마다 방식이 다르거든요. 예를 들면 리시브할 때 감독님들은 몸에 붙여서 받으라고 하는데 오지영 선수는 팔을 휘저으면서 리시브를 하거든요. 감독님들 이야기에 따르면 잘못된 방법이지만 오지영 선수는 리그 대표 리베로잖아요. 그래서 현장 취재가 필요한 거죠. 이론만으로 접근하면 잘못된 중계를 할 수 있거든요.

 

Q__이동근 아나운서의 중계 스타일을 설명한다면요.

제 방송 철학 중 하나가 ‘현장 취재가 답이다’예요. 야구 중계도 그렇지만 단순 수치만 보고 들어가면 잘못된 중계를 할 때가 너무 많아요. 야구에서 선수마다 투구 폼이나 스윙 자세가 다르듯이 배구도 공격수마다 스텝이 다르고 스윙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물어보려 하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 편이죠. 중계 준비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에요.

 

Q__그렇다면 한 경기 중계를 맡았을 때,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하는 편인가요.

우선 KOVIS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모두 내려받고 해당 기록이 드러나는 방송 전체를 쭉 따라가요. 받은 자료 중에 옥석을 가리는 거죠. 그렇게 필터링을 하면서 상대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공격수 앞에 어떤 블로커가 오느냐에 따라 차이가 정말 커요. 황연주 선수를 예를 들면 한송이 선수가 앞에 있으면 부담이 정말 크다고 해요. 그 블로킹을 피하면서 때리면 범실이 늘어나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누가 블로커로 있을 때 힘든지도 많이 물어봐요. 요즘으로 치면 러츠가 해당하겠죠. 이런 걸 하나하나 뽑아내고 해설위원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정말 매력적인 멘트가 나와요.

 

Q__확실히 중계 준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 같습니다. 중계나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방송하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몸은 피곤하죠. 하지만 카메라, 오디오 감독님이 더 피곤해요. 우리보다 먼저 와서 세팅하는 분들이잖아요. 육체노동 강도도 더 세고 고생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어려서부터 모든 스포츠의 팬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최근에 느끼고 있어요. 현장에 나가는 것도 재밌고요.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안 했더라면 김사니, 한유미 해설위원과 차를 마시고 방송하고 밥을 먹고 이다영 선수를 취재하며 대화를 나누고 그랬겠어요. 저는 지금의 일이 좋고 그런 과정이 너무 행복해요.

 

Q__스포츠 중계는 생중계이다 보니 돌발 상황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있던 방송사고 모으면 영화 한 편이 나오고 책도 쓸 수 있어요. 유난히 제가 방송사고가 많은 것 같아요. 이곳 표현으로 하면 기가 쎄다고 할까요. 오디오 사고도 많았고요. 오디오가 다운되면 헤드셋 대신 핸드 마이크를 드는데 저는 10번은 든 것 같아요. 아마 캐스터 중에 제일 많을 거예요. 농구 중계할 때 해설위원이 늦게 와서 1쿼터에 혼자 중계한 적도 있고요. 중계 중에 혀를 씹어서 5분 동안 저는 말을 못 하고 해설위원만 말한 적도 있고 정말 많아요. 화장실이 가고 싶어 방송 중에 급하게 다녀온 적도 있고요.

 

Q__지금까지 중계한 경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장면이 있다면요.

김세진 감독이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있던 때 경기였는데, 5세트까지 간 접전이었어요. 보통 5세트에는 세터가 믿을만한 선수에게 볼을 주는데 이민규 선수가 조금 다른 판단을 했나 봐요. 최천식 해설위원이 방송 중에 ‘야’라고 하셨어요. 저를 부르는 줄 알고 대답도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민규 선수 세트 때문에 놀라서 그러셨더라고요. 그리고 여자 해설위원들, 특히 세터 출신인 이도희 감독이나 김사니 위원은 박빙에서 세터가 엉뚱한 세트를 하면 소리는 내지 않으시지만 깜짝깜짝 놀라요. 놀라서 제 손을 잡기도 하고요. 그러면 저도 놀라요. 그럴 때는 ‘정말 코트 위에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중계석이 정말 다이내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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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__그렇다면 인터뷰나 취재하면서 겪은 선수 중 정말 괜찮았다는 느낌을 받거나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지난 시즌 마지막 인터뷰 상대가 서재덕 선수였어요. 지난 시즌 정말 고생 많이 했잖아요. 서재덕 선수를 보면서 한 팀의 에이스는 타고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여기서 몸이 부서져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집념을 서재덕 선수를 인터뷰하면서 느꼈어요. 얼마나 고생했는지 당시 경기 후 인터뷰 때 서재덕 선수 눈가가 막 떨리더라고요. 지난 시즌을 끝으로 군대에 가야 했는데 더 뛰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정말 팀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졌고 제가 추구하는 휴머니즘을 그대로 반영한 선수였어요. 더 많이 이기지 못해서 힘들었고 안타까워하더라고요. 자기가 군대에 가면 남은 선수들이 더 힘들 거라는 생각에 선수들도 걱정했어요.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었죠.

 

Q__네이버에서 V-리그 토크쇼도 오랫동안 진행해온 것으로 압니다.

네이버 라디오 방송 중에 유일하게 다섯 개 업체에서 협찬을 받아요. 자체 생산이 가능한 콘텐츠죠. 2018년에 가장 많은 시청자가 찾은 콘텐츠기도 해요. 아마 야구를 넘은 게 처음일 것 같은데, 김사니, 한유미 위원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걸 실감했죠.

 

Q__확실히 두 위원과 케미가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가장 편한 건 우리 세 명이 친구라는 거죠(이동근 아나운서와 김사니 위원은 1981년생, 한유미 위원은 82 2월생이다). 현역 시절에도 잘 알고 있었고 은퇴 이후에는 둘 다 해설위원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텁고 이야기도 많이 해요. 두 위원 모두 방송과 라디오는 다르다고 해요. 뭔가 좀 더 내려놓고 할 수 있고 이게 방송인지 카페인지 술자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해요. 그래서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컵 대회 때 팬들이 V-리그 토크쇼 질문을 많이 해주시는 걸 보고 인기를 실감했죠. 굉장히 뿌듯하고 이 정도로 자부심을 가진 콘텐츠는 처음인 것 같아요.

 

Q__유소년 배구를 위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김사니, 한유미 위원과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김연경 선수도 함께 하려 하고 있어요. 두 위원이 유소년들도 가르치잖아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요소를 찾고 있어요. 배구를 가르치는 것 외에도 함께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아직 실행은 못 했지만 많이 구상 중입니다.

 

 

멋있어 보여서 가진 스포츠 캐스터의 꿈

 

Q__스포츠 캐스터를 목표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에 집이나 식당에서 TV 채널을 돌리면서 나오는 메이저리그나 축구 중계 캐스터 선배들을 봤는데, 그냥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단지 멋있어서 하고 싶었죠. 그 후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처음 만난 게 강준형 선배였고요. 당시에 제가 스포츠 캐스터가 될 수 있을지 여쭤봤어요. 그때 선배가 “너는 내가 봤을 때 너만 포기하지 않으면 무조건 된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스포츠 캐스터를 하기에 적합한 목소리를 타고났다고 말이죠. 그게 큰 용기가 됐고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강준형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죠. 정말 인간미 넘치는 선배라 지금도 많이 배워요.

 

Q__지금까지 캐스터로 활동하면서 적성에 맞는 길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같은 업계에 있어서 아시겠지만 고된 일이잖아요. 일주일에 하루를 못 쉬고 일하는 분도 많아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가 그렇죠. 새벽 중계도 해야 하고요. 사내 행정 일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버티고 만족하는 이유는 그냥 일이 굉장히 재밌기 때문이에요. 경기 중에 나오는 기록과 선수를 결합하면 역사가 되고 거기서 휴머니즘이 나오는 거죠. 스포츠 캐스터는 그걸 만들어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휴머니즘 생산자인 거죠. 그런 게 저한테 만족감을 줘요.

 

Q__스포츠 캐스터로 사는데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당장 일주일 뒤에 제 일정을 몰라요. 매주 금요일에 다음 주 일정이 나와요. 뭔가 약속을 잡기 어렵죠. 계획 없이 살게 되고 집안 대소사에서 제외되고요. 저를 제외하고 가족 여행을 계획하게 되고요. 친구들이 점점 부르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직장 내 멘토나 친구가 중요하더라고요. 우리 회사에서는 유희종 아나운서가 동기인데, 존재감만으로도 저한테 많은 영향을 주고 든든해요. 너무 고마운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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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__스포츠 캐스터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요.

얼마 전 골프 예능을 처음 찍으면서 레슨계의 대부인 임진한 프로를 만났어요. 정말 귀신같이 잘 잡아주시고 잘 가르치시더라고요. 그분을 보며 한 분야의 대가는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죠. 잘하기도 하지만 정말 그 종목을 사랑해요. 야구에서 이승엽, 농구에서 우지원이나 서장훈 형을 보면 그 종목을 정말 좋아한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그런 분들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줘요. 그분들 자체도 굉장히 에너지 넘쳐요.

Q__다른 인터뷰에서 했던 “못된 사람이 방송을 잘한다는 프레임을 깨고 싶다”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실제로 그런 분이 있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 인터뷰가 나가고 방송계 선배들이 자기를 칭하는 거냐며 연락이 많이 왔어요. 방송계에 보면 못 돼야 잘한다는 이야기가 많고 운동선수도 조금 이기적이어야 슈퍼스타가 된다는 식의 말이 많잖아요. 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동료 아나운서나 PD들과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휴머니즘 넘치는 사람이 되자”라고 말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스포츠 중계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합쳐져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만들어내는 휴머니즘에 사람들이 감동하거든요. 그걸 빼서 쓰는 게 캐스터와 해설자라고 생각하고요. 그걸 더 잘 전달하고 싶어요.

 

Q__선배로서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일단 첫 번째로 지치지 않는 호기심이 중요해요.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했을 때 어떤 의도에서 저렇게 했을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요. 여기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접근해야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지 알 수 있어요.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캐스터나 해설자는 항상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해요.

 

 

“누군가도 나를 보며 같은 꿈을 키웠으면”

 

Q__캐스터로 오랜 시간 활동하셨는데, 지금까지 ‘캐스터’로서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하나요.

전혀 가늠할 수 없어요. 한라산이나, 가본 적은 없지만 에베레스트 같은 곳을 다니면 많이 걸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많이 남아있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20, 30년간 활동한 선배님들에게 물어봐도 정답이 없는 게 스포츠 중계라고 많이 이야기하세요. 그냥 산을 거닐면서 그 풍경과 함께 가는 느낌이에요. 그곳을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그럴 수도 없고요. 하지만 주변 풍경을 보며 같이 걸으면 정상에 도달하지 않아도 기분 좋잖아요.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__그렇다면 ‘캐스터 이동근’이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 이름을 남기겠다는 것보다도 스포츠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건 선수들이 하는 거죠. 저는 한 시대를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재능있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말이죠.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제가 받은 사랑과 혜택을 나눠주고 제 커리어를 마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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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__캐스터로서 더 갈고 닦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뭔가를 더 갈고닦기보다는 더 즐기고 싶어요. 스포츠 팬의 한 사람으로 말이죠.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자유방임’이거든요. 남한테 피해 안 끼치는 선에서 제 맘대로 살고 싶은데, 지금은 그 놀이터가 스포츠 중계인 셈이죠. 예전에는 뭔가 이루고 싶었는데 점점 욕심이 사라지더라고요. 주변을 보니 인생 정말 짧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태도가 바뀌었어요.

 

Q__캐스터로서 이건 꼭 중계해보고 싶다는 장면이 있을까요.

제가 워낙 다양한 종목을 중계해봐서 그쪽으로 욕심은 없어요. 다만 제 꿈이기도 한데요, 중계방송 올스타전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제 꿈이자 목표라고 할까요. 중계방송사끼리 경쟁이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다른 방송사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함께하는 거죠. 제가 KBSN스포츠 이숙자 위원이나 MBC스포츠+ 허구연 위원이랑 해보는 거죠. 프로스포츠 올스타전도 여러 팀 선수가 섞여서 하잖아요. 그렇게 축제처럼 방송 올스타전을 해보고 싶어요.

 

Q__팬들에게 어떤 캐스터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있다면요.

예전에 제가 캐스터의 꿈을 키웠을 때처럼, 누군가 TV로 저를 보고 제 직업을 매력적으로 여겼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캐스터를 시작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직업으로서 멋있어 보인다는 게 정말 어렵잖아요.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명재 선배가 오프닝하는 장면을 보고 저는 멋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렇게 직업으로서 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캐스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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