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야구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화제다. 만년 꼴찌 팀인 ‘드림즈’에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의 파격적인 행보를 그린 이야기다. 1회 전국 시청률 5.5%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18일 방영된 11회에서 16.5%를 기록하며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 관념을 깼다. 소재는 야구지만 제목 그대로 선수나 경기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시즌이 끝난 뒤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직장인이 늘 회사에서 경험하는 일과 맞닿아 있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래도 주요 시청층은 야구팬일 것이다. ‘스토브리그‘는 시즌을 끝낸 구단들이 겨울철 난로(hot stove) 주변에 앉아 트레이드나 연봉 협상을 벌인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약 7개월 동안 그라운드에서 전쟁을 치르지만 흥미진진한 사건과 뉴스는 시즌이 끝난 뒤 더 많이 쏟아진다. 팬들도 야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구단의 행정과 선수의 행보에 대해 다양한 품평을 하는 낙으로 야구 없는 겨울을 보낸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그런 팬들의 추리를 유도하는 야구사()를 적당히 접목시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추진력 있는 젊은 경영인 백 단장은 38세의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을 모델로 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강두기(하도권 분)-임동규(조한선 분)의 대형 트레이드는 1988년 최동원-김시진이 포함된 롯데와 삼성의 3대4 빅딜을 모티브로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로버트 길(길창주 분)을 보면 청소년대표를 거쳐 미국프로야구 진출 뒤 시민권을 획득한 백차승(두산 인스트럭터)이 떠오른다.

 

 

실제 야구인의 눈엔 이 드라마가 어떻게 비쳐질까. 우선 현실과 동떨어진 요소들이 지적을 받는다. 야구는 전혀 모르는데 모그룹 낙하산도, 내부 승진도 아닌 백 단장과 같은 선임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현재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단장이 선수 출신이다. 무엇보다 단장 위에 사장이 있고, 사장 위에 모기업의 구단주가 있는 프로야구단 지휘계통의 특성상 전권을 쥐고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현실판 백승수‘는 존재하기 어렵다. 여성 운영팀장도 아직은 없다. 연봉 협상에서도 드라마처럼 극단적인 감정 싸움까지 번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얼마 전 만난 한 구단의 코치는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충분히 공감 가능한 배경이 깔려 있다. 허구와 리얼을 절묘하게 섞어 놓아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올려 놓았다”고 평했다. 연봉 대폭 삭감 통보 앞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고심하는 베테랑 선수도 실제 있고, 선수 출신과 그렇지 않은 직원 간 보이지 않는 갈등도 적잖다.

 

‘스토브리그’의 주된 스토리 라인은 적폐와 불합리의 청산이다. 만년 꼴찌에도 더그아웃에서 코치들끼리 주먹다짐까지 벌이는 막장 야구단인 드림즈에 부임한 백 단장은 새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인다. 문제가 된 간판타자를 트레이드를 통해 내보내고, 코치 간 파벌과 스카우트 비리 등 고질적 병폐를 과감히 도려내면서 새 시즌의 희망을 싹 틔운다. 이러한 적폐 청산이 우리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1982년 태동한 프로야구는 최근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야구인들 스스로 성찰의 목소리가 몇 년 새 이어졌다.

 

감독 자리를 두고 파벌 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은 “파벌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 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일침을 가한다.

 

“말도 안 돼” 하면서도 야구인들이 ‘스토브리그’를 보는 재미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이유다.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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