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감당 못해 기업 팔고 해외로 떠나는 기업도 등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상속인들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천215억원을 과세 당국에 신고했다. 구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8.8%(1천512만2천169주)를 물려받으면서 총 7천200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지분평가액인 1조1천890억원에 20%를 가산한 1조4천268억원을 기준으로 50%의 상속세를 적용받는 탓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신동빈 회장 등 롯데일가는 상속세만 4천억원에 육박한다. 국내법상 30억원 이상에 대한 상속세율은 50%다. 롯데 국내외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을 더하면 상속세만 4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시장에선 파악했다.

"'기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데 상속세 부담까지 높다 보니 의욕 저하를 호소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고 재계에선 호소한다.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재벌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외신은 분석을 내놓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상속세율이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한국에선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총수로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향후 5년간 9215억원을 내야 한다. [LG]

 

10일 재계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재벌 기업을 위협한다고 했다. 한국 재벌가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성장시키며 부와 권력을 구축했으나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인데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할증(30%)이 붙어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상위 25대 기업이 내야 하는 상속세만 210억달러(약 24조1천800억원)에 달한다.

고율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을 팔고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년의 한 기업 총수는 FT에 "20년 전 부모님이 기업을 세웠을 때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너무 많이 올라 법을 어기지 않고서는 상속세를 내기 어려워졌다"며 "상속세를 내려면 회사를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총수로는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 회장과 남매들로 향후 5년간 9215억원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FT는 한국 정부가 이같이 막대한 상속세를 부과한 배경에는 재벌 기업의 부패와 기업 경영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총수 일가의 불법적인 지배 구조 변경 등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제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의 ‘실효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세의 최고세율이 높은 데다 공제 요건이 까다로워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재계 일각에선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탈법·편법의 근본 원인도 결국은 과도한 상속세율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상속세제가 개선되면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의 일탈 사례 또한 근절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기업을 제외한 매출 3천억~1조원 사이 상장기업 중 대주주가 개인인 78개사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3천억원 아래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면 총 1조7천억원의 상속세 감면을 받게되고, 이는 자본 증가로 이어져 매출은 52조원, 고용은 1천770명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상속세를 찬성하는 여론도 존재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재벌 반대론자들은 대기업이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이나 자산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상속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승계는 부의 이전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핵심기술 전수, 일자리 창출 및 유지, 기업가 정신 함양 등에 의미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징벌적 세금을 물리고 있다"며 "이는 국부유출 및 산업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는 만큼 세율 인하, 공제 요건 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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