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NIAID 소장 "코로나19는 최악의 악몽"
코로나19 우려 속에서 대중의 신뢰 얻어
복수의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드러내

경제재개 조치 후 한동안 잊혀졌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 파우치 소장은 최근 화상으로 열린 '생명공학혁신기구(BIO) 디지털위크' 의료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최악의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맞닥뜨리지 못했던 새로운 질환인 데다, 전염성이 높은 호흡기 질환인 동시에, 치사율까지 높다며 더욱 독한 경고를 쏟아냈다.

 

1984년 이래로 6명의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파우치 소장은 한결같이 NIAID 소장을 유지하며, 감염병과 싸웠다. 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이나 탄저균 테러, 지카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그가 싸웠던 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그가 이전에 싸워왔던 적들과 다르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19는) 불과 4개월만에 전세계를 황폐화시켰다"며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가 복잡한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에 비하면 정말 단순한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했던 각종 봉쇄조치가 풀리고 시위 등으로 2차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 기대감은 커졌지만 미국 내 누적 확진자는 10일(현지시간) 200만명을 넘어섰고, 플로리다 등 일부 주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파우치 소장의 발언 하나하나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은 일어날 수 있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민이 보건지침을 잘 지키고 당국이 검사 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2차 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파우치 소장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서, 전반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다만 통상적으로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상황을 낙관하기보다는 엄중한 인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보수층에서는 '밉상'으로 낙인을 찍기도 했다.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그는 "피할 수 있는 희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스뉴스의 사회자 빌 마허는 최근 "코로나19 발병 초기 이후 파우치 소장은 여러차례 말을 바꿨다"면서 "1월에는 미국 내 코로나19 위험이 매우 낮다고 말한적도 있다"고 비꼬았다.

 

그는 소신 있는 발언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삼았다. 특히 파우치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이야기라도 소신을 꺾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노(NO) 마스크를 행보를 보이자,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약의 효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대중은 파우치 소장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 행정부 주요 관계자 가운데 파우치 소장이 가장 높은 신뢰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파우치 소장은 악당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감염병학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게 된다"면서 "그는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그가 항상 경제조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백신과 치료제 등에 있어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전세계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뛰어들면서 백신 분야에서 복수의 업체가 최종 승인을 받고, 쓰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제기한 가격통제도 반대했다. 파우치 소장은 "제약업계는 결국 이윤 추구로 작동하게 된다"면서 "기업들이 백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려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제약사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이들의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7월부터 제약사들의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7월에는 모더나, 8월에는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 9월에는 존슨앤드존슨의 그 대상이다. 이런 지원 방침과 관련해 파우치 소장은 "적어도 초여름이면 하나 이상의 백신 후보가 진전된 임상 시험 단계에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전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사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영웅'이었다. 그는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으부터 미국 대통령이 민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훈장'을 받았다,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공로였다. AIDS 포로 전 세계가 떨고 있을 때 PEPFAR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살린 대응 방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이외에도 그는 미국 안팎에서 45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과거 NIAID의 상급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맡아줄 것을 요청받기도 했지만, NIAID에서 하는 업무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고사하기도 했다. 학자로서의 연구성과도 뛰어나다. 구글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41번째로 가장 많이 인용된 학자였다.

 

그는 79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퇴 계획을 밝히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HIV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HIV와의 승부가 끝나지 않은 와중에 그는 더 큰 최악의 적을 마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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