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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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
  • 승인 2020.10.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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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동백나무 숲이 여러 군데 있다. 특히 500년 된 동백나무숲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천 마량리와 여수 도동도, 고창의 선운사 등 세 곳의 동백 숲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세 군데 모두, 아주 오래 된 동백나무 숲으로 엄청난 크기의 나무가 숲속 가득이 우거져 그 규모에서부터 경외심을 갖게 한다.

대부분의 꽃은 벌이나 나비가 수정을 시키지만 동백은 벌이나 나비가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이른 시기에 꽃이 피기 때문에 새가 수정을 돕는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 대신 그 아름다움이 가히 치명적이다. 그래서 동백꽃보다 그리 크지 않은 동박새를 불러들여 서로 희롱하며 노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동백은 보통 제주도, 추자도, 오동도, 거문도, 울릉도 등 남반부의 섬과 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식물이다. 보통의 꽃은 꽃이 질 떄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지만 동백꽃은 이와 달리 꽃송이가 그야말로 뚝하고 떨어지기 떄문에 목이 떨어지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래서 인지 '동백꽃 떨어지는 모양이나 소리'를 인용한 극적인 싯구가 유난히 많다.

한자로는 산다화(山茶花)라 쓰는 동백은 겨울에 핀다하여 '동백(冬栢)'이라고 하는데 한자어를 차음한 것이기 때문에 '棟栢'으로도 표기된다. 봄에 피는 꽃은 춘백(春栢)이라고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春'자를 써서 쓰바끼라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수 이미자가 불렀다가 왜색이 짙다고 방송금지를 당했던 동백아가씨를 일본에서는 춘희(椿姬)라고 한다.

동백아가씨, 즉 춘희를 극화 한 것은 한국이나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매우 아름답던 프랑스의 창부 마리 디플레시를 모델로 한 춘희라는 소설은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로 우리에게 더 유명한데, 소설의 원제가 <La Dame aux Camelias>, 역시 동백꽃 부인이라는 뜻이다. 저자인 뒤마는 소설의 주인공인 마르그리드를 위해 이야기의 소재로 동백꽃을 선택했다. 꽃냄새 알레르기가 있는 여주인공은 꽃냄새를 맡으면 기침이 나기 때문에 냄새가 없는 동백꽃을 항상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렇다 할 이유는 없지만 이것이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라며 동백을 지니는 이유를 말한다.

꽃이 떨어진 뒤부터 늦가을까지 영그는 동백열매는 11월 쯤 거두게 된다. 구한말 어느 외교관의 부인이 쓴 '플로렌스의 꽃' 이라는 책에는 '조선의 여성 중 가난한 이는 아주까리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돈 있는 여인은 동백기름을 바른다.'고 전하고 있다. 살구만하게 열린 동백열매를 모아 동백기름을 짠다. 껍질을 벗겨 속살을 곱게 빻아 짠 동백기름은 여인의 머리를 단정하고 맵시 있게 해주고 잘 마르지 않으며 때도 잘 끼지 않아 귀 부인이나 예쁜 기생들의 머리단장에 필수적이었다.

동백꽃의 색깔은 흰색과 분홍색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짙은 붉은색 꽃이 핀다. 그라다보니 동백의 이미지에는 언제나 깊고 진한, 선명한 붉은색이 깔려 있게 표현되곤 한다. 그토록 열정적인 색감 때문일까? 남녀상열지사를 표현하는 문장에도 그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바구니 옆에 끼고 동백꽃 따다보니 / 이 강산 이 섬에도 봄이 왔네 / 동백꽃 필 무렵 다시 온다 하더니/ 꽃 지고 열매 딸 때도 오지를 않네"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 건넛집 숫처녀 다 놀아 난다/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산골에 큰 애기 떼 난봉난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 라는 구전가요들이 전해지고 있다.

각각 울릉도, 강원도, 청량지방의 구전가요들이다.

 

-선운사 동백, 용혜원-

밖에 버려진 화분을 주어다 놓았는데 저리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가슴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한듯이 보기에도 섬뜩하게 피어나고 있는가

 

-동백아가씨, 이미자-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네.

 

-오동도 동백, 신석정-

오동도에 가서 일렁이는 바다로 노을 비낀 속에 동백꽃 떨어지는 소릴 들을까/ 동백꽃 보다 진하게 피맺힌 가슴을 열어볼까

 

이처럼 동백꽃은 빨갛게 멍들어 피를 토한 듯이 검붉게 피어난다는 표현처럼 붉디붉은 꽃이다. 그런데 김유정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동백꽃'은 우리가 아는 그 동백과는 왠지 좀 다른 꽃인 것 같다. 우리의 주인공이 작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죽인 뒤의 장면이다. "나는 뭣에 떠밀린 듯 넘어지고 그 바람에 점순이도 나의 몸뚱이에 겹쳐 쓰러지며 '노란 동백꽃' 속에 파 묻혀 버렸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봄봄'이라는 이 소설 속에 등장한 동백꽃은 붉은 것이 아니라 노란 동백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김유정의 소설에 등장하는 꽃은 동백이 아니라 생강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원도에서는 산수유나무와 비슷한 생강나무를 개동백, 산동백, 동백, 동박 등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에서 4월 사이, 충남 서천 마량리의 동백나무숲에서는 동백꽃이 만발해 한참 축제가 열리는 때이다. 마량리의 동백은 유난히도 붉은 꽃을 피워 신비감을 더해주고, 숲의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바다의 노을은 아름답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내 기억의 끝에서 노상 피어나는 아름답고 붉은 풍경들이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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