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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휴가

2020. 11. 23 by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

휴가의 '휴休'자는 사람 '인人'자와 나무 '목木'자가 합쳐져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 안에 쉬는 주차휴가, 매월 한번 쓸 수 있는 월차휴가, 일년에 며칠을 정해 쉬는 연차 휴가가 있는가 하면 여성에게는 별도로 생리휴가 및 산전후휴가의 5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요즘은 공무원을 비롯해 많은 기관이나 회사에서 매주 이틀씩을 휴무로 하다 보니 별도의 휴가를 빼고도 전체적으로 월 평균 10일, 1년에 120일 정도를 쉬게 되고, 결국은 이틀 일하고 하루를 쉬는 상황이어서 직장인들의 생활이 여유로워졌다. 처음에 이틀의 휴가를 쓰는 제도가 될 때 그렇게 많이 쉬고 일은 언제 하냐는 우려도 했었는데, 기우였는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세상은 잘도 돌아가고 있다.

휴가는 보통 여름에 집중이 되는데, 그건 아이들이 방학을 하기에 함께 쉬기 위한 것도 있겠고, 또한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가 겸해져 있어서 그럴 것이다. 우리도 한 동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은행에 가서 쉬는 것으로 피서를 대신했던 적도 있었지만 선풍기마저 없던 시절의 선비들은 별도의 피서 법이 있었던 것 같다.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를 통해 피서법 8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송단호시 : 솔밭에서 활쏘기, ·괴음추천 : 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허각투호 : 빈 정자에서 투호하기, ·청점혁기 :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서지상하 :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 ·동침청선 :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 :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월야탁족 : 달밤에 발 씻기 등으로 그시절 선비가 할 수 있었던 모든 방법이었나 보다. 또 '이열치열(열에는 열로 다스린다)'이라 하여 더운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먹는다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는가 하면, 숙종 때의 문신 윤증은 독서로 더위를 이긴다고 했는데 더위로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아예 책을 싸들고 유산遊山을 떠나는 방법을 택했다. 당시 엄격한 법도를 지키려고 상투를 매고 정장을 하고 있던 선비들은 산과 계곡으로 들어가서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읊었던 '탁족'이나, '풍즐거풍'이라하여 인적 드문 산을 찾아 상투를 풀고 산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아랫도리를 드러내어 볕에 쬐는 방법도 즐겼던 것 같다.

재래무기인 활의 경우 긴장과 해이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긴장(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차림)의 '긴緊'자에 들어있는 실사絲는 활의 시위를 뜻하고, '장張'자에는 활궁弓자가 들어있어 활의 시위를 단단히 조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긴장만 계속하고 있으면 활의 시위가 늘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틈틈이 긴장을 풀어 줘야 하는데, 그것을 '해이'라 하고 역시 활궁자가 들어 있다.

서양인들은 휴가를 가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하고, 한국인들은 일을 하기 위해 휴가를 간다고 한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준비할 틈이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어찌 됐든 아직 휴가를 가지 못한 분들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휴가를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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