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산책, 저자 김연태(金年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은 다른 동물처럼 네 발이 아닌, 두발로 걸었던 까닭에 자연스레 손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손의 기능은 운동적 기능과 감각적 기능으로 대별되는데, 운동적 기능은 물건을 집거나 던지는 것을 말하고, 감각적 기능은 손을 맞잡거나 무엇을 만지거나 할 때 거기서 느껴지는 촉감을 말하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형태의 손이 있다. 잘 다듬어진 예쁜 손, 도둑놈 손같다고 해야 할까? 거칠고 투박한 손도 있고, 짜릿함이 전해올 것 같아 잡아보고 싶은 매끈한 손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각각의 손들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손이 될 수도 나쁜 손이 될 수도 있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하는 손인지, 남에게 나쁜 일을 행하는 손인지 구별되면서 말이다. 손을 잡아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따뜻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데, 손이 차가운 사람이 외려 마음은 따뜻하다는 속설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한 부자를 찾아가, 부자가 되는 비법을 좀 알려 달라고 했다. 그 부자는 생뚱맞게도 끝도 잘 보이지 않는 높은 나무의 꼭대기에 올라가, 가지에 매달리라고 말한다. 비법을 알려 준다하니 이 사람은 꾸역꾸역 부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했다. 그러자 부자는 나무에 힘겹게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손을 펴라고 소리를 쳤다. 하도 어이가 없어 큰소리로 화를 내며, 손을 펴면 나무에서 떨어져 죽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부자는 "돈이 들어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말고 그렇게 목숨 줄잡듯 꼭 붙잡고 있으시오." 그러면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는 민담이 전해진다.

손은 사용하면 할수록 그 기능이 향상된다. 특히 한국인은 손으로 하는 예민한 재주가 잘 발달돼 있다. 전통적으로는 섬세한 작업인 베를 짜는 길쌈질을 해왔고, 아주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하는 식사문화가 일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한국의 어린아이가 젓가락을 이용해 작은 조각의 음식을 집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고들 말한다. 그런 때문일까? 한국인은 극도의 예민함을 요구하는 병아리 감별사에서부터,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양궁과 여자골퍼들, 세계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능올림픽 선수들, 외과 수술을 집도하는 집도의 등, 한국인의 손은 여러 방면에서 두루 명성을 얻고 있다.

오래전, 이발소에 가면 흔하게 걸려있던 그림이 있다. '기도하는 손'이라는 이름의 그림인데, 이 그림은 16세기 초,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린 습작 그림이다.

뒤러는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 자식 많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뒤러와 그의 동생은 하필, 모두 그림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가난한 금속세공사의 아들들은 공부할 돈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형이 먼저 공부하기로 하고 그동안 동생은 돈을 벌어 형의 학비를 대기로 했다. 물론 형이 공부를 마치면 동생이 공부를 하자는 약속을 하면서... 형은 열심히 그림 공부를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는 화가가 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들떠 시골집의 동생에게 달려갔다. 그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해 감사하며, 이젠 자신이 모든 지원을 할 것이니 동생이 그림공부를 하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을떄, 동생의 기도가 들려왔다. "주님! 이제 제 손은 일그러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의 몫을 더해 형이 더 훌륭한 화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소서." 동생의 기도를 들은 형은 한없이 울었다. 그 동안 돈을 벌기위해 심한 노동을 하면서 손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동생은 이제 더 이상 붓을 잡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 동생의 기도하던 간절한 손을 형, 알브레히트 뒤러가 그렸고, 이토록 감동적인 스토리가 들어있어서인지 습작이었음에도 세계가 감동하는 유명한 그림이 된 것이다. 바로 이 그림이 내가 어릴 적 이발소에서 무심하게 바라보았던 바로 그 그림이다.

이 그림의 배경을 알고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그림, 슬프도록 숭고함이 느껴지는 그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을 부를 때 '아름다운 손'이라 칭하곤 했다.

** 이 그림, '기도하는 손'에 대한 뒷얘기는 어러 버전의 감동스토리가 전해지고 있다. 500년 전의 이야기니 어느 것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감동적인 손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 김연태(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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