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보슈 공법
하버와 보슈를 인간적으로 서술

공기의 연금술 표지
공기의 연금술 표지

(스포츠피플타임즈=최봉혁기자) 공기의 연금술은 질소와 암모늄을 만들어내는 하버-보슈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버와 보슈는 누구이며, 그들을 어떻게 이름이 함께하게 되었고, 이 기술이 끼친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하버 보슈법은 모든 교과서에 한 번씩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본문에 있지 않고 산화-환원을 설명할 때나 화학반응 단원에서 ‘더 알기’ 정도의 부록으로 짧게 언급된다. 그마저도  하버 보슈법이 비료를 만드는 공정이라는 몇 줄 밖에 없다. 

하버는 화학자, 보슈는 그의 아이디어를 산업화한 회사의 팀장이다. 후에는 기업의 대표까지 맡는다. 보슈는 암모니아 합성에 대한 하버의 아이디어를 산 염료 회사 브루크에서 암모니아 합성이 산업화될 수 있게 공장과 메커니즘을 설계했다. 이런 경우는 생소하다. 

물론 발명가가 발명품이 생산 전반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하버는 정말 원초적인 제안서를 던져주고 실질적으로 대량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들과 필수적인 촉매를 찾아낸 건 보슈였다. 

보통 이런 발명은 처음에 생각해 낸 기초 연구자에만 공로가 돌아가는데, 이를 상업화한 사람에게도 노벨상을 준 이유가 있었다. 

보슈와 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다른 회사들은 하버의 아이디어를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하버의 이름을 역사 속에서 잊혔을 것이다. 그러나 하버와 보슈의 합작 덕분에 농산물 생산량은 배로 증가했고,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20세기 말부터 “인종적 기아”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버는 야망 넘치는 유대인 출신 독일 화학자이다. 나름 괜찮은 대학에 정교수 자리를 맡았지만,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는 그와 비슷한 나이인 네른스트 때문이기도 하다. 

네른스트식의 그 네른스트 말이다. 화학 교과서에는 하버에 대한 내용보다는 네른스트에 대한 내용이 더 많아 실린다.    

네른스트는 벌써 화학계에 남을 방정식을 발표했고, 전구 관련 특허권 때문에 돈이 많았다. 하버와 네른스트가 부딪친 주제는  암모니아 합성이었다. 

사실 암모니아 합성은 하버 전에도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다만 수득률이  적어 상업성이 없을 뿐. 모두가 암모니아를 상업적으로 생산할 방법을 찾는다면 엄청난 돈을 벌 걸을 알았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다. 둘 다 무료 자원인 공기에서 높은 비율로 얻을 수 있는 원소이다. 하지만 공기 속의 질소는 두 질소 원자가 삼중결합으로 연결되어 있고 암모니아의 질소와 산소는 단일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질소 분자에 높은 열을 가해줘야만  불안정한 질소 원자들이 분리되지만,  합성된 암모니아는 곧바로 높은 열에서 분해된다. 완성된 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꺼내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야망이 넘치는 하버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꽤 괜찮은 결과를 얻기 시작했을 때 네른스트는 자기와 결괏값이 다르다면서 하버가 정직하지 않는 결과를 발표했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한다. 

이에 자극받은 하버는 네른스트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실험 과정에서 높은 압력을 가하면 암모니아가 더 많이 생상된다는 걸 발견한다. 하지만 압력은 제작 가능한 용기의 제한 때문에 명백히 한계가 존재한다. 기술이 쓸모 있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는 반응에 촉매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수많은 물질을 촉매로 실험한 결과 오스뮴이 암모니아 생성량을 크게 늘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버는 실험실 크기의 장치를 반나절 돌린 결과 눈에 보일 정도의 암모늄이 생성된다는데 감격한다. 

하지만 오스뮴은 귀했다. 오스뮴을 촉매로 쓴다면 상업화가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본 바스프는 기술을 사들인다. 이 거대 자본 프로젝트는 젊은 화학자 보슈에게 넘어가게 된다. 
 
​보슈도 하버 못지않게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실험에 능했으며, 금속에 대해 잘 알았다. 그는 오스뮴을 가지고는 절대 많은 양의 암모니아를 만들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스뮴을 대체할 촉매를 찾기 시작했다. 

촉매에 적합한 화학적 성질을 연구해서 부합하는 물질을 찾는 방식일 것 같았지만, 사용 가능한 모든 물질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결국 철이 적합하다는 결과를 얻고, 2만 번의 실험 이후에 철-알루미늄-칼슘의 조합이 최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촉매라는 장애물을 치워도 암모늄 제작은 문제 발생의 연속이었다. 하버는 자기의 실험실 내에서 소량의 암모늄을 제작했지만, 보슈는 거대한 공장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를 발생시키고 견딜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야 했다. 

하나라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 경우  연구 자체가 실패였다. 그럼에도 보슈는 이 장기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성공해서 회사에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게 된다.
 
이렇게만 역사가 끝난다면 하버와 보슈는 공기를 빵으로 만든 인류의 구원자들이다. 인류에게 미친 실질적인 영향으로만 평가한다면 하버와 보슈의 비료 생산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보다 더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하버와 보슈는 겨우 교과서의 한 귀퉁이만을 차지하고 에디슨, 페르마와 달리 위인전에도 다루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대 상황에 있다. 하버와 보슈 모두 독일 사람이었다.

보슈가 공장을 완성했을 때 하필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다. 암모늄은 식물에게 필수적인 영양소인 질소를 공급한 비료로 가공할 수도 있지만 폭발물로도 가공이 가능하다. 

즉 세계 최대의 비료 공장은 전시 때 폭발물의 원료를 만드는 공장이 될 수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바스프의 공장이 아니었다면 1차 세계대전이 2~4년 일찍 끝났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 기간 동안 전사한 군인들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이처럼 하버-보슈 공법은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비료 계발을 위해 연구한 하버와 보슈에게 폭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쟁 기간 중 하버와 보슈의 행동도 곱게 평가되지 않는다. 하버는 유대인이었지만, 성인이 되자 개종을 했다. 유대인이라는 종교적인 한계를 넘어 독일에서 인정받길 원했다.

1차 세계대전 때 그는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독일 군대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열정적으로 독가스 계발에 참여하였으며, 결국 장교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보슈의 경우 2차 세계대전 때 국가와 계약을 맺어 전투기와 전차에 사용될 합성연료를 공급한다. 하지만 그는 반유대인 정책에 반감을 느꼈으며, 이를 히틀러와의 독대에서도 드러냈다고 한다.

바스프는 원래 인공 염료를 생산하는 회사이다. 바스프의 기술이사였던 브룬크는 인디고 염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 승부수를 걸었다. 10년이 넘도록 회사의 수익금을 인디고 연구에 쏟아붓고 이사진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접기 직전, 인공 인디고는 성공했고 브룬크는 기업의 수장이 되었다. 

하버의 기계도 도박이었다. 최고의 기회였지만 미지의 영역이었고 승산이 별로 없었다. 당시 경력이 짧고 어린 화학자이던 보슈는 자기의 커리어를 걸고 믿어보라고 했다.

브룬크는 100만 마르크 이상이 들일 프로젝트에 결국 사인했다. 암모늄 합성 실험은 돈 먹는 기계였다.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고 연구 기간을 길어졌지만 보슈는 계속 새 직원들을 채용했다.

이 실험이 당시 역사상 최다수의 사람이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라고 할 정도다. 결국 브룬크의 2번째 도박도 성공한 셈이다. 

​바스프의 마지막 승부수는 1차 세계대전 이후였다. 바스프의 수장이 된 보슈는 엄청난 전쟁 배당금과 암모늄 합성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는 승전국들 때문에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설계한 거대 공장을 프랑스에도 짓는 대신, 독일에 있는 공장만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계약을 한다. 

바스프만이 갖고 있던 기술의 독점권을 포기한 결정이다. 대신 그는 공장을 가동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합성연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발견한 천연연료의 매장량을 적었고, 10년 내로 고갈될 거라 예상했었다. 

합성연료에 대한 연구가 성공하여 첫 번째 공장이 지어졌을 때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엄청난 석유 매장양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합성연료는 쓸모없게 되였지만, 보슈의 설득으로 공장이 경우 열려 있게 되었다. 

몇 년 뒤 히틀러에게 합성 가솔린을 공급하게 된다.  이미 잘나가는 사업을 지키는 내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며, 긴 프로젝트 수행 중에서도 성공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성공한 집념도 대단하다. 

​과학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위인전으로 과학자의 선택과 배경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나타내거나, 과학 서적들은 과학자보다 그들이 이루어 낸 업적에 집중한다. 

특히 하버와 보슈처럼 역사 속 평가가 분분한 과학자들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공기의 연금술]은 하버와 보슈를 인간적으로 서술했다는 것에 특징적이다. 

​하버의 경우 엄격한 유대인으로 길러진 어린 생활과 야망이 넘치고 권력욕이 많은 성격을 예시를 통해 보여주어 독일에 대한 맹목적인 애국심이 이해가 된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게 되면서 그가 느낀 애국에 대한 회의감에 공감할 수 있고 독일을 벗어나 아프고 가난하게 죽었던 하버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보슈의 경우 브루크에 처음 입사한 경력과 암모늄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긴 집념을 보여주며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브루크의 최고 경영자가 된 이후 대범한 선택들을 조명하며, 전쟁이 그를 조용하고 사람을 기피하는 성격으로 바꿨다는 걸 서술한다.

그들의 업적보다도 하버와 보슈라는 사람에 집중하여 독일의 전쟁이 과학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하버-보슈 공법을 만든 두 과학자의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서술했다. 토마스 헤이거는 하버와 보슈를 공법 앞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복잡한 전쟁사 속에 휩쓸린 실제 인간으로 생생히 부활시킨다. 기술의 양면성과 과학자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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