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날짜 빼고 모든 게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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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날짜 빼고 모든 게 불확실…
  • 스포츠 피플 타임즈(Sports people times)
  • 승인 2020.04.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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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촌-미디어센터 관계자 ‘비명’
43개 경기장 일정 조율도 난항
올림픽 연기로 비용 3000억엔 추가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해안도시 하루미(晴海). 바닷가를 따라 난 산책로에 강아지를 이끌고 나온 여성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산책로에서 바라본 해안도시 내부 풍경은 딴 세상이다. 14∼50층 신축 아파트 21개동이 늘어서 거대한 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신축 아파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거리도, 지나가는 버스도 텅 비었다. 인기척이라곤 아파트 입구를 지키는 경비원이 전부였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으로 사용된 뒤 일반인들이 입주할 대규모 아파트촌 ‘하루미 플래그’의 현재 모습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체 로열하우징의 직원은 “올림픽이 1년 연기된 데다 최근 코로나 감염자들을 이곳에 수용할지 모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며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금 지급 여부, 언제 입주할지 모두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과 관련된 다른 시설의 사정도 비슷하다. 도쿄역 앞 도쿄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는 내년 7월 23일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올림픽 날짜 외에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이해관계자들은 정부에 공개적으로 항의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본격적으로 갈등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 선수촌 구매자 “언제 입주하나”


하루미 플래그는 전체 5600채의 대규모 단지다. 지난해 7월 893채의 물량을 1차 분양할 때 2220명이나 몰렸다. 경쟁률은 2.5 대 1. 도쿄 긴자까지 2.5km로 도심과 가깝고, 바닷가를 끼고 있어 풍광도 좋았다. 무엇보다 평당 가격이 265만∼330만 엔(약 3000만∼3700만 원)으로 오래된 인근 아파트(330만∼560만 엔)보다 오히려 저렴했다.

분양가가 싼 것은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20분이 걸릴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도쿄 올림픽 때 선수 2만6000여 명이 머물 ‘올림픽 선수촌’이기도 해 입주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림픽을 마친 후 2년에 걸친 개·보수를 거쳐 2023년 3월부터 구매자가 입주한다. 초·중학교도 들어선다. 하지만 올림픽 1년 연기로 모든 게 혼돈에 빠졌다.

16일 하루미 플래그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1차 분양을 받았다고 했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3년 봄에 입주해 시기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연기는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 알려줘야 대비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하루미 플래그와 인접한 기존 아파트의 한 거주자는 “불 꺼진 아파트와 1년 더 마주해야 한다니 불편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속이 타기는 하루미 플래그 분양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분양 사업자 중 하나인 스미토모부동산 측은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지난달 말에 2차 분양을 하려 했지만 6월 이후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항의 전화가 오느냐’고 물었더니 “답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 전시업계 ‘폭망’ 비상

하루미 플래그에서 승용차로 약 5분 떨어진 거리에 도쿄 최대 전시장인 ‘빅사이트’가 있다. 전시관 4개 중 2개는 도쿄 올림픽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센터로 사용된다. 특히 국제방송센터(IBC)가 들어설 동(東)전시관은 올림픽 연기로 ‘폭탄’을 맞은 분위기다.

전시회 비즈니스 특성상 매년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데 동전시관은 올림픽 때문에 지난해 4월부터 올해 말까지 예약 접수를 중지했다. 더욱이 올림픽이 연기되는 바람에 내년 말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2년 이상 빅사이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전시회 업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일본전시회협회는 최근 “올림픽 연기로 동전시관을 2년 8개월 동안 사용하지 못하면 약 13만 전시 관련 업체가 타격을 입고 약 4조 엔(약 46조 원)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동전시간과 같은 면적의 가설 전시장을 수도권에 지어 달라”고 요청했다.

미디어센터로 이용되지 않는 전시관 2개는 7, 8월에만 문을 닫는다. 그중 한 곳에서 매년 9월에 ‘외식비즈니스위크’를 개최해 온 시행사 측은 “올해는 개최를 확정지었지만 내년 예약은 빅사이트 측에서 확답을 안 줘 아직 못 했다”며 “내년 전시회 입점 업체를 모집하려면 지금도 늦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빅사이트 측도 고심이 깊다. 미디어센터로 이용하지 않는 전시관에 대해 9월 말부터 향후 1년간 예약을 150건 정도 받았다. 이 계약자들에게 내년 7, 8월 ‘사용 불가’ 통지를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 과정에서 위약금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선수촌에서 빅사이트와 반대 방향으로 약 1km 이동하면 23만 m² 면적의 큰 공터가 나온다. 도쿄 최대 어시장 쓰키지시장이 있던 이곳은 도쿄 올림픽 기간에 차량 2700여 대를 수용할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올림픽 이후에는 국제회의장과 전시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달 이미 주차장 공사를 끝냈지만 주차장을 둘러싼 펜스는 앞으로 1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도쿄 도심지의 알짜 부지가 1년이나 방치되는 것이다.

○ 43개 경기장 “기존 예약 취소해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 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일본 스포츠지인 닛칸스포츠는 올림픽이 열릴 43개의 경기장 시설을 전수 조사했다. 새로 지은 시설 18개는 일정 조정에 문제가 없지만 기존에 지어진 시설 25개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보도했다.

역도 경기가 열릴 예정인 도쿄국제포럼은 이미 내년 여름 전시 예약을 받은 상태다. 태권도 등 3종의 경기가 열리는 마쿠하리멧세와 농구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사이타마슈퍼아레나도 내년 여름에 대형 전시와 콘서트 등의 개최를 거의 확정지었다. 이 경기장들은 내년 예약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의 부두에는 개인 요트 약 700대가 정박해 있다. 올해 예정됐던 올림픽 때문에 겨우 요트를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내년에도 똑같은 작업을 또 해야 한다. 이중 업무 부담이 상당한 데다 요트 이동 경비, 새 선착장 사용료, 보험료 등 비용도 계속 늘고 있다.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현 아즈마구장, 트라이애슬론 등이 열리는 오다비아 해변공원 한쪽 구석에는 시설 공사에 필요한 건자재가 쌓여 있다. 공사업체는 이 건자재들을 펜스를 쳐서 보관할지, 철수했다가 다시 가져올지 고민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공사비는 올라가게 돼 있다.

○ 추가 경비 부담 상당…“결국은 돈 문제”

자금이 넉넉하다면 보상을 통해 수월하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하지만 올림픽 준비 경비는 2013년 올림픽을 유치할 때 예상했던 7300억 엔(약 8조3700억 원)을 훌쩍 넘어 3조700억 엔으로 껑충 뛰었다. 설상가상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3000억 엔 내외를 더 충당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예비비는 현재 약 270억 엔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돈 문제를 놓고 IOC와 일본이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보인다. IOC는 20일 공식 사이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현행 계약에 따라 일본이 추가 경비를 부담하기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직위가 21일 이 내용을 부정하면서 IOC는 발표 내용을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IOC와 도쿄도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추가 비용은 도쿄도가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도가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IOC도 일정 부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최근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OC도 일정 경비 부담을 떠안겠다”고 밝혔다. 부담 수준은 수백억 엔 규모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의 임기는 공교롭게도 내년 9월로 똑같다. 도쿄 올림픽이 내년에 제대로 치러지면 바흐 위원장은 재선 가도에 순풍을 타게 된다. 아베 총리도 박수 받으며 후임자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줄 수 있게 된다. 한배를 탄 것이다. 그렇기에 둘은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에 쉽게 합의했다. 앞으로 일정 조정과 비용 충당도 어떻게든 해결할 것이다.
 

문제는 턱밑까지 끓어오른 현장 민심이다. 여러 이해당사자들을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말한 이들 역시 없었다. 코로나19 너머 또 하나의 시련이 일본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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